병원에서 환자라는 나약한 존재로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 작업 구상을 하다 보니, 붓끝을 통해 수면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먹물과 아교를 퍼지게 하여 한지에 찍어내는 일본의 스미나가시 기법을 응용하게 되었다.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이것 저것 떠올리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처럼 작가는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는다. 작품을 보는 관람자의 그 순간 감정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 또한 다 각자의 몫으로 남기기로 했다. 틀에 박힌 답답함에서 해방시켜 주는 먹의 자유로움이 마치 물 위에서 춤을 추는 듯 하다. 얇고 부드럽기도, 때론 단단한 벽처럼 두꺼운 한지는 마치 커튼의 이중성을 연상시키며 이번 작업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.